< 영화 소개 >
🎬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 장르: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 국가: 영국
- 감독: 리처드 커티스 (Richard Curtis)
- 주연: 도널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린제이 던컨
- 제작사: 워킹 타이틀 필름스
- 개봉일: 2013년 9월 4일 (영국), 2013년 12월 5일 (대한민국)
- 시간: 123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시청: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스트리밍 가능
줄거리
팀은 겉보기에 평범하고 조용한 청년이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스물한 살 생일, 아버지는 그에게 놀라운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들 가문의 남자들은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 주먹을 쥐고 생각만 하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믿기지 않던 이 이야기는 실험을 통해 곧 사실로 증명되고, 팀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는 부나 명예가 아닌 ‘사랑’을 위해 이 능력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런던으로 떠난 그는 운명처럼 메리를 만난다. 하지만 시간선이 꼬이면서 그녀와의 인연은 사라지고, 팀은 다시 과거로 가서 그녀와 처음부터 다시 만난다. 그렇게 그는 메리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깨닫는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어도, 인생은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의 죽음, 아이의 출생처럼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는 멈춰 선다. 팀은 결국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매일을 처음처럼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팀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라는 선물 속에서 진짜 사랑을 배워간다.
시간 여행을 꿈꾸는 이유
사람은 어쩌면 ‘되돌릴 수 없음’ 속에 사는 존재다. 그것이 우리를 가장 아프게 만들고, 동시에 가장 간절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여행을 꿈꾼다. 그것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후회와 상처를 다독이고 싶은 본능이다. 우리는 늘 지나온 말 한 마디, 놓친 손길, 하지 못한 고백, 그리고 잃어버린 사람들을 마음속에 품고 산다. 만약 그때 조금 더 용기 냈더라면, 그 순간 웃어줬더라면, 어쩌면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니까. 시간여행은 그렇게 ‘만약’을 품은 마음의 지도와 닮아 있다. 또한, 인간은 기억의 생물이다. 그리고 기억은 언제나 시간을 품고 있다. 지나간 말을 되새기고, 잊히지 않는 얼굴을 떠올리고, 되돌릴 수 없는 장면들을 마음속에서 반복 재생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시간여행은 그렇게 우리 마음에 숨어 있는 ‘후회의 그림자’와 ‘미련의 언어’로부터 비롯된다. 단순히 미래를 알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어루만지고 싶은 소망인 것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놓친 채 살아간다. 사랑한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한 날, 눈을 마주치지 못한 이별, 혹은 손을 놓쳐버린 그 순간.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마음을 껴안은 채, 조용히 말한다. 되돌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다르게 살아내는 것이라고. 어쩌면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는 우리가 더 잘 살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시간여행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통해 결국 ‘평범한 하루’를 재발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짜 기적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에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더 사랑하려 애쓰는 것이다.
느낀 점
나는 이 영화를 보고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안에 감정의 잔향이 오래도록 머물렀고,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건 분명 마법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마법 속에서도 결국 가장 소중했던 것은, 누군가와 함께한 하루의 온기였다. 팀이 메리를 만나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나의 어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만약 팀처럼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아마도 누군가에게 더 다정한 말을 건넸을 것이고, 어떤 장면에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물렀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시간을 다루지만, 사실은 시간을 빌려 지금 이 순간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팀이 같은 아침을 두 번 살아보며 결국 깨달은 것도, 특별한 사건이나 위대한 하루가 아닌, 평범한 순간들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속삭인다. “되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을 잘 살아내자.” 매일의 출근길, 반복되는 식사, 무심히 건네는 인사와 짧은 포옹. 그 모든 것이 실은 우리 삶의 가장 진짜라는 것을. 팀이 마지막에 더 이상 시간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는 일, 아내가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밤, 아버지와 조용히 산책하던 오후의 빛. 그 모든 장면이 인생의 전부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자주 중요한 것들을 지나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말없이 우리의 어깨를 다독인다. 되돌릴 수 없다면, 오늘을 더 정성스럽게 살아내자고. 그 하루가 쌓이면, 결국 우리의 삶 전체가 달라질 거라고. 나는 이제 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시간여행은 불가능하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적 안에 있는 것임을.
마법보다 더 소중한 건, ‘의식적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태도’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시 바라볼 수는 있는 순간들. 그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시간은 결국 우리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조심스럽게 다짐해본다.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오지 않을 하루를, 더 사랑하며 살아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