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살인의 추억' 소개와 줄거리, 실화- 진범 이춘재, 느낀점

by 우지언니 2025. 7. 30.

 

 

 

 

 

1. 소개 및 줄거리


 – 사건보다 먼저 무너졌던 것들


🎬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 국가: 대한민국
  • 감독: 봉준호
  • 주연: 송강호(박두만), 김상경(서태윤), 박해일(백광호)
  • 제작사: 싸이더스HQ
  • 개봉일: 2003년 4월 25일
  • 시간: 131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시청: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1986년, 경기도 화성. 논두렁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곧 이어 유사한 방식의 살인이 잇따른다. 피해자들은 모두 여성이고, 공통적으로 붉은 옷, 비 오는 밤, 손과 입이 묶인 채 발견된다. 수사를 맡은 지방 형사 박두만은 소문과 감에 의지하며 범인을 추측하고, 억지 자백과 폭력에 기대어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런 그와는 달리, 서울에서 내려온 서태윤은 합리적 추론과 근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끌려 한다. 그러나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결정적인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증거는 증명이 되지 않고, 용의자는 허위 자백을 반복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수사망은 거칠어지고, 형사들은 서서히 지쳐간다. 혼란과 분노 속에서 수사 방식은 흔들리고, 그 틈 사이로 진짜 범인은 조용히 빠져나간다. 시간이 흘러 사건은 미제로 종결된다. 그리고 수년 뒤, 박두만은 다시 그 들판을 찾아간다. 아이 하나가 말한다. “어떤 아저씨가 여기 와서 자기도 그랬다고 했어요.” 박두만은 그 말을 들은 뒤,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끝내 잡히지 못했던,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한 얼굴을 대신 바라보며.

 


 

2. 실화 – 지워진 이름들과 너무 늦어버린 진실의 얼굴

 

《살인의 추억》은 단순히 연출된 범죄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가장 오랜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총 10건의 강간 살인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 나이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고, 범행 수법은 일관되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비 오는 날 실종되었고,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는 공통점은 지역 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심었다. 경찰은 약 21만 명의 인력을 동원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게 된다. 이 사건은 단지 ‘범죄’로만 기록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고문, 인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 남성은 무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20년 넘게 복역했다. 진범을 잡지 못한 죄보다 더 무거운 건,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가둔 실수였다.

 

그러다 2019년, 기술은 시간을 이긴다. 보관되어 있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는 이춘재라는 이름을 가리켰다. 그는 이미 다른 살인으로 수감 중이었고, 이후 자백을 통해 총 14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성범죄를 인정한다. 세상은 경악했다. 그가 평범한 삶을 살아온 듯 보였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끝내 잡히지 않았던 얼굴은, 현실에서조차도 너무 오랫동안 ‘살아 있었다’. 우리가 그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수사 실패와 편견, 성급한 확신들. 그 아래에서 진실은 묻혀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이름 역시 함께 잊혀지고 있었다. 영화는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지만, 오히려 그 공백을 통해 ‘무지한 사회가 범죄를 어떻게 놓치는가’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2019년의 진실은, 영화보다 더 묵직하게 우리를 마주 보며 묻는다. “이 얼굴을, 당신은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까?”

 


 

3. 느낀 점과 마무리 – 기억은 가장 오래 버텨야 하는 저항이다

 

《살인의 추억》을 다시 꺼내보며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화면은 사라지지 않았고, 박두만의 마지막 눈빛은 카메라를 넘어 내 안에 남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범죄가 남긴 상흔, 그리고 그 상흔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지켜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끈질긴 건 범인도, 수사도 아니다. 바로 ‘기억’이다. 끝내 사건을 풀지 못한 사람들, 미제로 남아야 했던 기록,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았던 피해자의 이름. 우리는 그 기억의 책임자로서 이 영화를 본다. 이춘재가 밝혀진 지금, 우리는 다시 박두만의 시선으로 돌아간다. 범인은 현실에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가 진짜로 마주해야 할 대상이 ‘사건’이 아니라 ‘무관심’임을 일깨운다.

 

사건은 사라지고, 기록은 흐려지고, 사람들은 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 기억해야 한다. 진실은 늦게 도착한다. 그 시간이 아무리 길더라도, 끝내 밝혀질 수 있도록 기다리는 사람, 믿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일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게 만드는 일. 무고한 사람의 억울함을 되돌아보는 일. 《살인의 추억》은 정의가 언제나 승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는 쉽게 지지며, 때로는 침묵 속에서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흔들리며 사라져간 모든 얼굴들을 기억하기 위한 시도다. 기억은 가장 오래 버텨야 하는 저항이다. 우리 각자가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진실은 늦더라도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박두만이 카메라를 향해 던졌던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얼굴을 본 적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