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 소개 및 줄거리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국가: 미국
- 감독: 피터 패럴리
- 주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 제작사: 드림웍스 픽처스, 파티시펀트 미디어
- 개봉일: 2019년 1월 9일 (한국)
- 시간: 130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시청: 넷플릭스, 왓챠, 쿠팡플레이
줄거리
1962년, 뉴욕에서 살아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입니다. 직설적이고 다소 거칠지만, 가족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현실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클럽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새로운 일을 찾던 그는 유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운전기사로 고용됩니다. 돈 셜리는 뉴욕 카네기 홀 위층에 살며 상류층 생활을 하는 지적인 인물로,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드는 천재적인 음악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 차별은 남부로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두 사람은 8주 동안 미국 남부를 돌며 공연을 진행해야 하는데, 당시 흑인이 백인과 같은 숙소, 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린 북(Green Book)’이라는 여행 안내서를 참고해야 합니다. 이 책은 흑인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안내하는 책으로,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행 초반, 토니는 돈 셜리의 깔끔하고 세련된 태도가 부담스럽고, 돈 셜리는 토니의 무례하고 직설적인 태도가 못마땅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그들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토니는 돈 셜리가 백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정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로운 인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반면 돈 셜리는 토니가 가진 솔직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경험하며, 그가 단순한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남부에서의 공연이 진행될수록 인종차별은 점점 더 심각해집니다. 돈 셜리는 백인들을 위한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지만, 막상 연주가 끝난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경찰들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어느 날, 그는 백인 전용 바에서 술을 마시려다 폭행을 당하는데, 토니가 나서서 그를 구해냅니다. 이를 계기로 돈 셜리는 토니를 신뢰하기 시작하고, 토니 역시 돈 셜리가 겪는 현실을 직접 목격하며 그를 더욱 존중하게 됩니다. 마지막 공연이 열리는 날, 돈 셜리는 다시 한번 차별을 마주합니다. 공연장 측에서 그를 위한 별도의 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죠. 이에 돈 셜리는 공연을 포기하고, 토니와 함께 백인과 흑인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 돈 셜리는 처음으로 토니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합니다.
사회적 배경
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은 법과 관습이라는 이름 아래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흑인과 백인은 같은 거리를 걸어도 다른 세상을 살았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그린 북(Green Book)>은 당시 흑인 운전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가이드북였습니다.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발행된 Negro Motorist Green Book은 흑인들이 여행 중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식당, 주유소 등을 안내했죠.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흑인이 단순히 ‘잘못된’ 식당이나 호텔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특히 남부에서는 흑인이 백인 전용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백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1964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통과되었고,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금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죠. 현실은 여전히 차별과 불평등으로 가득 차 있었고, 흑인들은 여전히 “백인만 출입 가능”이라는 팻말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차별과 편견을 마주했는지를 조명하기 때문입니다. 돈 셜리는 차별을 당하면서도 우아함과 품격을 유지하려 했고, 토니는 무지하고 편견에 가득 차 있었지만, 여행을 하며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린 북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흑인들에게 “여기서는 너를 환영해.“라고 말해주는 지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궁극적으로 묻습니다. 우리가 진정 필요한 지도는 무엇일까? 피부색과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벽을 허물고 손을 내미는 용기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진짜 그린 북’이 아닐까? 하는 심도 있는 질문 말입니다.
느낀 점
<그린북>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예상 밖의 따뜻함과 유머를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흔히 이런 소재의 영화는 감정적으로 깊은 분노나 무거운 슬픔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린 북은 다릅니다.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웃음과 감동을 끌어냅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정반대의 배경과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있습니다. 다소 거칠고 자유분방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와, 세련되고 고고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처음에는 서로에게 벽을 두고 경계하지만,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조금씩 그 벽을 허물어 갑니다. 길 위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토니는 돈 셜리가 겪는 차별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그동안 자신이 무심코 가졌던 편견들을 돌아보게 되고, 돈 셜리 역시 토니를 통해 자신이 쌓아온 외로움의 벽을 허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백인이 흑인을 돕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린 북은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통해 변화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우정. 이 영화는 우리가 피부색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선입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아닐까요? 그린 북은 그런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작은 변화가 결국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음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이 남습니다. 마치 긴 여행을 마친 듯한 기분과 함께, 우리도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