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소개 및 줄거리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2001)
-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모험
- 국가: 일본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 주연: 히이라기 루미(치히로 목소리), 이루노 미유(하쿠 목소리), 나츠키 마리(유바바 목소리)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개봉일: 2002년 6월 28일 (한국)
- 시간: 125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시청: 넷플릭스, 왓챠 등
줄거리
치히로는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이다. 부모님과 함께 이사를 가던 중 우연히 이상한 터널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안으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엔 그냥 버려진 공원 같은 곳처럼 보였지만, 그곳은 사람의 세계가 아닌 신들과 영혼들이 사는 환상의 세계였다. 치히로의 부모님은 그 세계에서 차려진 음식을 허락 없이 먹다가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홀로 남겨진다. 무서운 일들이 너무 갑자기 닥쳐오고,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도 없는 곳에서, 치히로는 작은 몸으로 그 혼란을 마주해야 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유바바’라는 마녀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고, 대신 ‘센’이라는 이름을 준다. 그렇게 이름을 잃은 치히로는 신들의 목욕탕에서 일하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운 가운데, 치히로는 점점 일을 배워가고, 이곳의 규칙을 익히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하쿠라는 소년을 만나고, 함께 점점 잊어가던 자신의 이름과 마음을 되찾아간다. 끝내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하고, 이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떠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한 소녀가 낯선 세계 속에서 혼자 일어서고,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름의 의미
이 영화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이름은 곧 ‘나 자신’이다. 치히로가 유바바와 계약하면서 자신의 본명을 잃고 ‘센’이 되었을 때, 그녀는 점점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어간다. 단지 이름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도 흐릿해지고 기억도 사라지는 것이다. 하쿠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이름을 빼앗긴 채 유바바의 명령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이건 단지 마법의 이야기라기보단,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겪는 마음의 일처럼 느껴졌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맞추느라, 혹은 사회의 규칙에 적응하느라 진짜 나를 잊고 살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걸 미뤄두고,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이름도 희미해질 때가 있다. 치히로가 그 세계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려 했던 것처럼, 영화는 말한다. “나를 잊지 마. 너는 너야.”라고 말한다. 또 치히로가 하쿠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 주는 장면은, 타인을 진심으로 알아보고 기억해주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느끼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한다. 나이가 들고 자신의 이름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00 엄마, 00 아빠, 아줌마, 아저씨처럼 자신이 아닌 어떠한 호칭으로 불려진다. 그게 좋을 수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느낀 점
나는 어린시절 부터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정말 많이 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시절보다 어른이 된 지금 애니메이션을 더 애정하게 된 거 같다. 어린시절에는 상상하는 즐거움을 즐겼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사회생활에서 숨겨 두었던 나의 여린 마음을 마음껏 꺼내어 놓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치히로는 정말 작고 겁 많던 아이였다. 처음엔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서 결정하고, 도와주고,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치히로를 응원하게 되었다. 치히로의 변화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그렇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준 가장 큰 메시지는 “너 자신을 잊지 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지금 이 길이 맞는지도 헷갈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일수록, 치히로처럼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것도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나에게 잊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줬다. 조금은 지친 날,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날, 꼭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