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개>
🎬 제목: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 My Neighbor Totoro)
-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가족
- 국가: 일본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 駿)
- 주연: 히다카 노리코, 이타 카즈에, 시모노 마코토, 키타바야시 타니에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Studio Ghibli)
- 개봉일: 2001년 7월 28일
- 시간: 86분
- 등급: 전체 관람가
- 시청: 넷플릭스, 왓챠
줄거리
1950년대 일본 시골. 사츠키와 네 살배기 동생 메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를 가까이에서 돌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새 집은 낡았지만, 들판과 숲, 바람,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어느 날 메이는 숲을 탐험하다가, 거대한 털뭉치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름은 토토로. 거대한 나무에 사는 숲의 수호자 같은 존재다. 메이와 사츠키는 토토로와 친구가 되고, 어느 날 비 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토토로를 다시 만난다. 그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 덕분에 토토로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 비 오는 날,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기적, 고양이 버스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험, 그리고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소박한 여정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메이는 병든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몰래 병원으로 가려다 길을 잃는다. 온 마을이 메이를 찾기 위해 나서고, 사츠키는 절박한 마음으로 토토로에게 도움을 청한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보내 메이를 찾아주고, 두 자매는 무사히 재회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음을 담은 옥수수를 엄마에게 전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한다.
어른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 울림
1.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
☔️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
비는 조용히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사츠키와 메이.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두 아이는 비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때, 토토로가 다가온다. 커다란 몸집에, 우산도 없이. 사츠키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우산을 건넨다. 토토로는 처음 겪어보는 ‘우산’이라는 존재에 깜짝 놀라고,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그리고, 크게 웃는다. 툭, 툭, 빗방울이 쏟아진다. 툭, 툭, 웃음이 번진다. 그 장면은 마치, “네가 내민 작은 친절 하나가, 세상을 환하게 만들 수 있다” 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세상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질 때라도, 누군가를 향해 조심스레 내민 우산 하나가, 그 사람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 ‘툭, 툭’ 떨어지는 작은 기적들을 만들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 고양이 버스와 하늘을 달리는 순간
메이가 사라진 후, 사츠키는 절박한 마음으로 토토로를 찾아간다. 그 순간, 토토로는 커다란 웃음과 함께, ‘고양이 버스’를 불러낸다.
고양이 모양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그 버스. 눈을 깜빡이고, 땅을 휙휙 가르는 버스. 길도 필요 없고, 이정표도 필요 없는. 오직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달리는 버스. 사츠키는 그 버스에 올라탄다. 바람을 가르며, 풀밭을 뛰어넘으며, 밤하늘을 달린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쪽이 서서히 풀어진다. “괜찮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가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순간에, 누군가는 반드시 너를 찾아줄 거야.”
고양이 버스는 그냥 판타지가 아니었다. ‘구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누군가에게 도착하고 싶은 간절함’이, 그 모습을 빌려 나타난 것이었다.
<이웃집 토토로>는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 사라질까 봐 무서웠던 누군가를 향한 마음, 그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꺾이지 않았던 희망 —
그 모든 것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스며든 이야기였다.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문득 비 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어디선가 토토로가 내민 우산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2. 조용히 스며들어 곱씹게 되는 울림.
어릴 때 봤을 땐, 토토로는 그냥 신기했다. 커다란 고양이 같은 존재가 숲속에 살고, 버스를 타고 하늘을 날고, 나무가 손바닥 하나로 자라나는 게, 그저 마법 같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이웃집 토토로>를 보면 어쩐지 목이 멘다. 그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조용히 몸 안쪽 어딘가를 두드린다. 토토로는 단순한 숲 속 친구가 아니었다.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감싸주던, 이 세상에 분명히 있었던 작은 기적이었다. 그 기적을 믿던 나도, 어느 순간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채 “그런 건 없지.” 하고 웃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릴 땐, 버스가 늦게 와도 괜찮았다. 비를 맞아도, 길을 잃어도, 어딘가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늘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늘 계획을 세우고, 늘 무언가를 증명하려 한다. 마법 같은 순간을 기다릴 여유도, 작은 기적을 믿을 용기도 어쩌면 스스로 꺼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른이 된 나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길을 잃어도, 무너져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토토로는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존재를 믿었던 내 마음은 아직 아주 깊숙한 곳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토토로는, 더 이상 환상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잃어버린 마음의 기억이었다. 한때 모든 것에 두근거렸던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던 시절의 나를, 그리고 세상을 믿었던 작은 나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문이었다.
토토로를 기다리며
아주 오래전,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기다리곤 했다.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렸고, 밤이 깊어지면 문득 창밖 어딘가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때는 그게 당연했다. 누군가 올 거라고, 무언가 나타날 거라고, 설명할 필요 없이 믿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아마도 ‘토토로’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어딘가 있는. 내가 두려워 떨 때,
내가 외로워 울 때,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어디선가 조용히 다가와 “괜찮아”라고 속삭여줄 존재.
나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토토로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늦은 밤 골목길 어귀에서, 낙엽이 굴러가는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나는 어쩌면 모르게 토토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려서, 숲속의 나무도, 비 오는 골목도, 그저 일상의 풍경으로만 지나쳐 버리지만 그럼에도 아주 가끔, 아주 조용히, 마음 한구석이 떨리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알게 된다. 토토로는 사라진 게 아니라고. 그저, 내가 너무 바빠서, 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버려서, 그 모습을 잊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기다림은, 사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믿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라는 걸.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기다린다. 어딘가에서 비를 맞으며 웃고 있을, 조용히 손을 내밀어줄, 작고 큰 기적 같은 존재를.